해준백기
미생전력60분 - 문자메세지
- 띠링
문자 알림 소리에 바꾼지 며칠 되지 않은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았다. 또 어딘가의 대출 스팸 메시지.
어차피 휴일에 문자 올 데라고는 뻔한데도 괜한 기대를 가지고 화면을 들여다보게 되는 자신을 자책하며 백기는 한숨을 쉬었다.
몇 달을 끌어왔던 골치 아픈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 되고 맞는 첫 주말이라 그동안 뭘 하며 놀았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.
오히려 주말에도 출근해서 일하던 요 몇 주 동안이 좋았다는 생각마저 드는 자신에게 놀라며 TV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에 리모콘을 들었지만 시끄러운 소리와 현란한 화면은 더 피곤하게 느껴지기만 한다.
"어휴..."
괜한 기지개를 한 번 켜고는 결국 나갈 준비를 한다.
딱히 땡기는 건 아니지만 서점에라도 들러 책 구경이라도 할까, 근처 영화관에서 인디영화나 한 편 보고 올까,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양치를 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.
- 띠링
다시금 울린 문자 알림 소리가 들려왔지만 어차피 또 스팸일 터.
머리도 완벽하게 빗어 고정한 뒤 휴대전화에 뜬 문자 내용을 읽었다.
[백기씨 오늘 뭐 해? 우리 그래그래 장그래랑 영화 보려고 하는데 굳이 백기씨한테도 물어보라네. 시간 안 되지? 호러 볼꺼야. 호.러. 시간 안 될 꺼지? ㅋㅋ]
이건 만나자는 건지 아닌 건지... 아니 어차피 장그래와 둘만 있고 싶을 거면서 굳이 이런 문자를 보내다니.
분명 한석율은 투덜거리며 입은 댓발 나온 채로 이 문자를 쳤을 것이다.
[둘이서 재밌게 보세요. 선지국도 먹고]
남의 데이트에 선지국이나 추천하는 스스로의 심술에 피식 웃음도 나왔다.
하지만 괜히 밉살스럽지 뭐야. 굳이 호러 영화라고 강조까지 하면서 오지 말라고 절절하게 보내다니.
목도리를 두르다 말고 갑자기 제 사수가 떠올랐다.
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랜만의 휴일이라 피곤할텐데, 어제 사우나는 잘 다녀오셨으려나.
하지만 갑자기 주말에 친한 척 연락하기도 애매한데...
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이대로 나갈까 아니면 한 번 찔러나 볼까 현관 앞에서 서서 고민만 하다 결국 폰을 꺼내든다.
문자 화면을 켰다가 다시 화면을 끄길 서너번.
단어가 문장이 채 되지 못 하고 지워지기를 또 서너번.
아, 도저히 못 보내겠다.
- 띠링
다시 문자창에 적힌 글을 지우는데 화면에 글자가 찍혔다.
[뭐하고 있습니까?]
발신자는 방금까지도 지우고 있던 문자를 받을 사람이었다.
[대리님, 무슨 일이십니까? 혹시 업체에 문제가 생겼습니까?]
주말의 호출이라니 싫지만 그래도 해준의 얼굴을 볼 수 있는 핑계에 바로 답장을 보냈다.
[문제는 있지만, 업체 문제는 아닙니다.]
업체 문제가 아니라면 우리 쪽 문제인가.
저도 모르게 입술을 꺠물며 답장을 보내려는데 다시 문자가 연달아 왔다.
[백기씨, 얼굴 좀 봅시다.]
네? 대리님이 발신자가 맞나 싶어 눈을 비빈다.
[매일 보다 안 보니 이상하군요. 지금 백기씨네 집 근처 전철역입니다.]
저도 모르게 흐물흐물해지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살짝 두드리며 다시 문자를 확인했다.
제 눈이 잘못 된 것이 아니다.
한 손으로는 통화 버튼을 누르며 다른 한 손으로 현관문을 밀어 젖히며 급히 나선다.
"여보세요? 대리님?"
전화기를 통해 대리님의 목소리가 들린다.
심장이 널을 뛴다.
+++
이번엔 어차피 늦어서 참가 안 하려다가 괜히...
여전히 없습니다 퇴고따위.
오탈자는 무시해 주세요. ㅜㅜ
캐붕도 무시해 주세요.
원래 대리님 쟈가운 남자인데.... 이게 뭐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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